친구따라 강남간다
사람들은 횡단보도에서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 무단횡단을 하면 무심코 따라서 건너다, 뒤늦게 신호등을 확인하고 발길을 멈춘다. 이는 옆 사람의 행동에 자신이 감염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행동감염’은 타인의 행동을 비추어 자신에게 부족한 정보를 보충하고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에서 나온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다시 영향을 미치고 집단행동으로 발전하게 되면 암묵적으로 ‘합의적 타당성’이라는 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이는 ‘모두가 합의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올바르다’라는 무의식이 작용하여 감염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소수자와 비판의 목소리는 다수에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무단횡단은 엄밀히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이지만 그에 대한 책임감이나 가책은 군중의 수만큼 덜 느끼게 된다. 행동감염과 합의적 타당화가 투자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면 때에 따라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주변사람이 주식이나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소문은 배를 살살 아프게 하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경기상황을 살피지 않고 모두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자신의 몸을 내 던진다. 땀 흘려 모은 자산을 허무하게 날리는 행동을 하면서도 행동감염으로 인해 오히려 안심을 하게 된다. 투자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투기열풍에 휩쓸려 본질을 보지 못하면 오히려 주기적인 버블붕괴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큰 손실을 보면서도 자기뿐만 아니라 남들도 손실을 입었다는 것에서 위안을 찾는다. 금융위기 당시의 상황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펀드열풍이 전국을 휩쓸었고 직장인들은 펀드 가입을 필수로 생각했다. 일명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다. 개인들은 자신이 부자가 되었다는 느낌에 도취되어 자산가격이 오를수밖에 없는 온갖 이유를 나열하면서 위험을 외면했다. 모든 것은 전염병처럼 번졌다. 그러나 주변을 살펴보면 피해를 본 개인은 넘쳐나지만 정작 부자가 된 사람은 찾기 힘들다. 또한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없다. 모두가 손해를 입었기 때문일까.
투자결정을 하는데 있어 큰 흐름을 파악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하다. 단, 그것이 투자주체로서의 자신의 결정인지, 그저 남들의 말을 무턱대고 믿고 동조하는 행동감염과 합의적 타당화에 휘둘리고 있지 않은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광주경제문화공동체 선임연구원 권 형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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