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사회발전과 경제성장을 위해 포용적 성장, 혁신성장을 정책적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과거 ‘혁신’은 경제성장을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사회혁신가, 리빙랩, 혁신도시 시즌2 등에서 보듯이 ‘혁신’이라는 용어를 모든 영역에서 두루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이해하려면 혁신의 의미와 그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슘페터의 철학은 혁신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생산’이란 자원의 활용과 그 자원을 조직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혁신’은 구산업의 자원과 힘을 신산업으로 재조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창조적 파괴가 발생한다. 포용적 성장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경제효과를 고루 누리는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혁신정책’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든 구성원에게 고루 확산되도록 사회제도를 새롭게 정립하는 사회 전반의 발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가 쉽게 인정할 만한 혁신 사례가 많지 않다. 수많은 구호와 정책에도 불구하고 왜 성공 사례는 많지 않은 것일까? 먼저, 새로운 규범과 결단을 위한 여건의 부재다.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규범과 의사를 결정할 여러 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 실현 과정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부재하므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 그리고 기존 관행과 새로운 제도의 충돌도 문제다. 새로운 제도는 시간과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기존의 관행은 익숙하고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서적 충돌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혁신가에 대한 사회 환경의 저항이다. 사회는 누군가가 기존 질서와 다른 행위를 하는 자를 공동체 해체로 보기 때문에 활동의 제약을 가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의 혁신의지는 꺾이고 사회는 기존의 구질서로 회귀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혁신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슘페터는 세 가지 조건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을 사회혁신의 조건으로 수정하여 살펴보자. 첫 번째는 인적관계의 새로운 결합이다. 새로운 결합을 형성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조직 실현이다. 사회는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카르텔이나 트러스트 같은 집단의 연합으로 신산업의 재조직과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폐쇄적 환경에 직면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은 정체되고 고인 물이 썩듯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혁신은 새로운 생산수단의 결합이나 새로운 조직이 탄생되도록 구조직의 창조적 파괴 과정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강권적 명령이다. 강권적 명령은 사회 구성원의 사회적 문제 인식 수준과 그 해결 방법을 뜻한다. 어느 공동체 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 대상에 대한 구성원간의 공유와 합의가 필요하다. 공유와 합의의 수준에 따라 혁신의 속도와 효과가 달라질 것이다. 사회는 구성원 간의 합의와 지지로 이루어진 사회제도를 통해 유지된다. 이렇게 사회제도가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이라는 의미에서 강권적 명령은 외형적으로 사회제도를 통해서 발현된다. 결국 사회혁신은 사회적 문제에 조응하는 사회제도의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혁신을 이끄는 혁신가다. 일반적으로 혁신가는 자신의 능력이나 자본을 갖고 경제주체로서 활동하는 사업가에서 탄생한다. 그러나 사회 혁신가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사업가나 자본가를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다. 사회혁신을 이끄는 혁신가는 강권적 명령인 사회제도를 통해 새로운 조직을 실현하는 자(者)다. 그들은 공공기관에서 종사하는 사람이든 농사를 짓는 농부든 아무런 상관없이 사회제도를 통해 새로운 조직을 실현하는 특수한 과정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결론적으로 슘페터의 사회혁신은 구성원들이 생산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는 집단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새로운 규범, 즉 사회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도처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경제학에서 혁신은 성장이론과 밀접하다. 주류경제학 관점에서 경제성장은 생산성 증대를 의미하는데, 그 핵심이 바로 기술혁신이다. 그런데 정부가 성장주의 경제정책을 강조하다 보니 사회적 부는 증가했지만 환경오염 같은 외부 불경제와 다양한 사회적 문제도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본주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전반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는 혁신성장과 더불어 포용적 성장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제시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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